가나다라마바사 [2020.11.05~2020.12.05 /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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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호 개인전 '가나다라마바사' (2020.11.05~2020.12.05, 오픈스페이스 배)
전시 서문
나는 매년 연말쯤이 되면 올해를 대표하는 최고 이슈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작업을 할 때 갖는 복기의 시간처럼, 내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곱씹는 과정이다. 2016년은 촛불, 2017년은 장미대선, 2018년은 남북 정상회담, 2019년은 한일 무역전쟁.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의 견해가 다를 수 있으리라.
그러나 2020년은 그 어느 누구라도 ‘코로나 팬데믹’을 꼽을 것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어쩌지도 못하는 역대급의 상황이다. 그 안에서 개인의 노력이라는 부분은 위생과 방역수칙 엄수 외에는 반영될 틈이 없다. 더욱이 이 사태는 사회적 또는 개인적이라는 경계와 구분이 없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불가항력 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아예 저항조차도 할 수 없는 힘이나 재난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면책사유에 해당하기도 한다. 혹자들은 상황에 기대기도 할 것이고,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는 리플리 증후군이 오히려 더 무서운 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생긴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번 개인전 작업은, 아주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다 지금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시도해보려 했던 것은 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주는 불안함 보다는 구상을 수정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은 이러한 기약 없는 기다림은 한없는 무력함이라는 부작용을 함께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 선택지를 가지지는 못한다. 뜻 밖의 일이 계속 벌어지는 가운데 예상을 적중시키기 위한 최적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결정하지 못한 주저함의 시간 또한 선택을 유예시킬 뿐이다. 결국 선택은 누군가의 몫으로 남는다.
매일 아침이 낯설고 불안한 요즘. 나는 이 또한 나아지리라는 긍정의 어휘 보다는 그 또한 극복하리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한다.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도 오늘과, 다음의 오늘을 버티며 이를 ‘살아간다’라고 표현하듯이.
임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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