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봉호 개인전 'FOR PARTS' (2025.11.28 ~ 12.12, 10:00~18:00)
부산광역시 금정구 개좌로 162 예술지구p 2관 3층


 “언어적 전환 하나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예술이 제도와 자본의 체계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소비되는지를 탐구하며 시각과 언어가 사회적 질서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되묻는다.”

 

 이 작업은 ‘art’에 ‘ps’를 더하면 ‘parts’가 된다는 언어적 전환과, 배움의 언어가 사회의 문법으로 치환되는 불편한 현실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ps는 추신(postscript)이자 공정(process), 배경이나 관점(perspective), 지위(position), 지원서(prospectus) 등으로 연상을 잇는 상징의 집합이다. 예술이 ps와 결합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자율적 전체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승인과 기능의 논리에 편입된다. 이 철자 조합은 예술이 제도와 자본, 행정의 체계 안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소비되는지를 드러낸다.

그런 문제의식은 내가 오래전부터 다뤄온 언어와 기호, 그리고 공공 메시지의 작동 방식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 있다. 그 흐름은 정보의 구조에서 출발해 이번 전시에서는 ‘시스템의 문법’으로 전환되었다. 이번 작업은 교육, 도덕, 효율, 신뢰, 평판 등 사회적 가치의 어휘를 회화적 형식으로 전환하며, 예술이 제도 속에서 어떤 언어로 길들여지는가를 탐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보는 방식’을 어떻게 학습해 왔는가를 함께 질문한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회화 시리즈 〈Moral parts〉는 알파벳 A에서 Z까지의 언어 중 선별된 스무 개의 어휘를 토대로 제작되었다. 각 작품은 Advantage, Capital, Discipline, Efficiency, Finance, Merit, Reputation, Surveillance 등 사회적 가치와 통제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다. 나는 유아용 학습 포스터의 도식을 빌려, 어린 시절의 ‘배움’이라는 순수한 신념을 성인 사회의 규율 언어로 치환했다. 단순명료한 화면 안에는 통제와 효율, 경쟁의 문법이 은밀히 작동한다. ‘A는 Apple’이 아니라 ‘A는 Advantage’가 되는 순간, 학습의 언어는 도덕적 교본이 아니라 사회적 프로토콜로 바뀐다. 이 연작은 그렇게 교육과 지도라는 외피 아래 감춰진 욕망의 구조를 꺼내보려는 시도다.

 전시장 중앙에 배치된 영상 작업 〈More parts〉는 디스플레이 테스트용 컬러바의 색상을 차용해 천장에서 바닥으로 투사되는 단채널 영상이다. 아무런 서사를 담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정확성’의 권위를 과시한다. 나는 이 작업을 ‘맥거핀(MacGuffin)’이라 부른다. 가장 완벽한 형식이 가장 완벽한 무의미를 만들어내는 그 역설 속에서, 형식이 진실보다 우위를 점하는 오늘의 시각 질서를 겨냥한다.

〈for parts〉에서 나는 예술이 ps라는 시스템 안에 갇혀 parts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부품들 사이의 틈과 여백을 함께 드러내고자 했다. 그 여백은 조립되지 않은 영역이자, 체계가 감지하지 못하는 사유의 공간이다. 이 작업은 결국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적 기능 사이의 경계를 묻는 과정이며, ‘art + ps = parts’라는 간명한 식을 통해, 예술이 시스템에 의해 길들여지는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잔여의 힘—사유의 불편함, 인식의 균열—을 포착하고자 했다.
예술은 여전히 시스템 속에서 기능한다. 그러나 완결된 체계보다 미완의 생각이 남긴 간극, 그 미세한 틈에서 예술은 여전히 시작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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