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아닙니다 / Chromaluxe / 12.7×17.8cm, 80pcs / 2020
로봇이 아닙니다, Chromaluxe, 12.7×17.8cm, 80pcs, 2020
# 로봇이 아닙니다
Q. 마지막 전시 장소에 가보면 뭔가 의미심장한 숫자들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다 보면 상당히 익숙한 번호들이더라고요. 저도 겪어봤어요, ‘로봇이 아닙니다’. 이거 클릭할 때 마다 애매했거든요. 주어진 이미지들 중 간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모두 고르라는 경우 도대체 어느 정도 범위 까지를 간판이라 보아야 하는가…. 하면서요. 보는 사람들도 아마 이 숫자들이 본인증명에 관련된 숫자라고 유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숫자들이 각각 작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도 궁금하고, 또 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이런 숫자들이 상징하는바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A. 아마도 불규칙해 보이는 것은 가장 개수가 많은 5월 때문일 것입니다. 저 때는 재난지원금 및 공모 신청이 몰려 있었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벽면의 왼쪽부터 아래에서 위로 그래프처럼 차근차근 정렬된 1월~4월의 인증번호들과 다르게 한 줄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천정을 찍고 내려와요. 6월부터는 또 개수가 작아지기도 했고요. 저는 설치 과정 중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편인데, 이번에는 다른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했어요. 일종의 재미 요소로 잘 나타난 것 같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본인 확인의 과정들을 꽤 겪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적인 행정 처리를 웹을 통해 진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숫자들을 받아보거나, 그림을 선택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니까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름 외에도 숫자를 통해 타인과 구분이 되고 있지요. 주민등록번호도 그렇고, 학교 입학 이후엔 학반이나 학번, 군 입대의 경우엔 군번, 직장에서는 또 다른 숫자를 부여받아요. 그리고 그것을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요. 이런 부분들은 무의식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제한시간 안에 입력해야 하는 무작위의 숫자 여섯 개는 참 다릅니다. 다른 숫자들 보다 대상을 장악하는 힘이 강력해요. 이 부분에서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게 되고, 이 생각이 작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Q. 전체적인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말씀하신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부분을 한번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요? 많은 시간을 나로서 증명하며 살았는데, 앞서 말했던 시스템에 속하기 위해서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끔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아요.
A. 시스템으로부터 부여받은 절대적인 시간 안에서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행위는 해당 숫자를 입력하는 것뿐이지요.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로봇과 구분이 되기 위해 로봇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코미디라면 코미디 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0. 11. 20(Fri) 17:00 아티스트 토크 내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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