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사회 [2020.12.11~2021.05.02 / 부산현대미술관]
https://www.busan.go.kr/moca/exhibition03/1487398
개인들의 사회 / 2020.12.11~2021.05.02 / 부산현대미술관
참여작가
송세진, 하룬 파로키, 마이클 맨디버그, 류성실, 임봉호, 서평주, 손혜경, 이우성
《개인들의 사회》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포착하고 있는 우리 시대 개인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통해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의 담지자로서 인간 존재와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자각하고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자유로운 주체로서 개인'의 실체와 함의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특히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소하지 못한 채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전망 속에서, 탈계급화된 사회로의 정체성 변화가 은폐하는 모순적 생산 관계의 담지자로서 '개인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근대적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개인'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자유, 민주, 평등 속에서 그 고유성을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독립된 인간 존재이다. 이러한 개념에 대응하는 개인의 실체적 모습은 전 세계 수많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보아왔듯 집단적 투쟁과 쟁취의 과정 속에서 갱신되며 조금씩 변화하여왔다. 그 역사적 과정은 인간이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하며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온전히 개인의 몫은 아니며, 오히려 그 사회가 만들어 놓은 현실적 삶의 조건 속에서 구성되고 또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들여다보게 한다. 마찬가지로 '개인'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유, 민주, 평등과 같은 개념도 그가 속한 사회에서 어떻게 실행되는가를 살펴보아야만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개인'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저마다의 사회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조차 그 사회가 추구하는 물질적‧정신적 가치와 분리될 수 없고 역사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실천될 수밖에 없는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라는 사회적 조건이 인간 존재로서 ‘개인’의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구체적인 개념 형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그 속에서 개인은 체제의 단순한 구성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개인이 처한 위기이다. 우리는 자신을 상품화된 ‘노동력’이라는 왜곡된 방식으로 발전시켜야만하기 때문에 점차 사물화‧고립화‧병리화 되어가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개인은 자유로운 주체라는 이미지 속으로 해체되고 경쟁적 경제 체제 속에서 각자도생하며 자멸한다. 각자가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발전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진정 자유로운 개인들을/이 구성할 사회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본 전시는 자본주의가 다양한 외양으로 변화할 때 ‘개인’은 어떤 실천적 모습으로 변화하며 나타나게 되는지 동시대 예술가들이 생산하는 작품 속에서 살펴보려 한다. 먼저 흩어지는 개인의 이미지 속에서 노동자로서의 이미지가 붕괴되어가는 변화의 과정을 영화, 정치적 연설, 집회 현장 등 현실을 경유하는 다양한 이미지의 갈등 사이에서 살핀다. 그리고 오늘날 자유 계약 노동 환경 속 개인의 자기통치와 그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계급적 상황을 응시한다. 또한 우리 시대 개인의 개념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평등의 표층과 심층의 모순을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라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모습 속에서 여전히 인간에게 투영될 수밖에 없는 생산 관계의 모순과 조건을 헤아리고 이로써 우리 시대의 현실성을 파악해보려 한다.
이러한 시도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동시대 미술을 인식하고, 오늘날 인간의 삶과 사회를 구성하고 이끄는 기획과 조건은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반추와 성찰을 통해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 가능성을 되묻는 장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달리 말해서 자본주의적 인간 존재와 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왜곡되는 개인과 사회의 후퇴를 뛰어넘어 인간들의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이론과 실천은 무엇인지 사유하기 위해 동시대를 들여다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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