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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말 <추희정, 오픈스페이스 배 수석 큐레이터>
말이 되지 못한 말 <추희정, 오픈스페이스 배 수석 큐레이터>
2021.08.04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검은 그림자가 더 큰 공포를 자아내 듯,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위협은 심리적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시시각각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는 확진자의 숫자와 이동 동선을 알리고, 연일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는 “집단감염, 대유행, 팬데믹, 확산, 변이”와 같은 단어는 행동반경을 더욱 위축시킨다. 크고 작은 불편들이 생기고, 불편을 넘어 생계를 위협받는 주변인들의 소식이 전해진다. 정지된 일상, 낯선 오늘. 그런데 그 낯선 하루하루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낯선 오늘을 익숙해진 내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또 다른 한편에서 이 낯선 하루는 하나의 사건쯤으로 여겨진다. 의도치 않게 특수를 누리는 사업이 부상하고, 재빠르게 이를 쫓아 불노소득을 취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예측 불가능한..
불신과 불확실성의 시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것인가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불신과 불확실성의 시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것인가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2019.06.26불신과 불확실성의 시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것인가. 이수정(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의사소통에서 음성언어와 같은 언어적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표정이나 손짓 같은 비언어적 형식이다. 예를 들어, 친절한 어조로 웃음을 띄며 욕을 하거나, 반대로 화난 표정으로 친절한 말을 건넬 때, 듣는 사람은 말의 내용보다 표정이나 어투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내용이 충분한 조사와 객관적 자료에 기반하였는가 하는 사실만큼, 사람들이 ‘객관적’이라고 믿는 형식을 갖출 때, 사람들은 내용을 쉽게 믿는다. 언론이 실업률이나 집값상승률 등 자극적인 내용을 다룰 때, 자주 등장하는 통계나 수치 역시 어떻게 읽고, 어떤 관점에서 분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더 극단적..
공적 언어, 사유 체계의 한계를 끊임없이 교정하는 해체적 방식.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공적 언어, 사유 체계의 한계를 끊임없이 교정하는 해체적 방식.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2019.06.18임봉호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언어 기호에 상상을 더하여 사회에서 정의되거나 고착화되는 의미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평면.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기호를 이미지로, 이미지를 소리로, 소리는 관객의 심리를 뒤흔드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까지의 작업이 작가 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한 비틀어보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사회적 영역으로 보다 큰 스펙트럼을 구축하는 바가 보인다. 작가는 사회 속에서 정해져 버린 규칙의 틀을 떠나 보편적 상징현상들, 사회 이데올로기의 변화와 서사의 이면을 작업에서 최대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서사성을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여전히 사회 구조 속 정의되어진 의미들을 전복시키거나 의구심을 들게 함에는 변함이 없다. ..
욕망과 절망 사이, 반성과 의지 사이. <이슬비, 월간미술 기자>
욕망과 절망 사이, 반성과 의지 사이. <이슬비, 월간미술 기자>
2016.11.06욕망과 절망 사이, 반성과 의지 사이 이슬비 (월간미술 기자) 인간은 기호를 통해 투쟁한다. 기호는 복잡한 관계와 규칙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갖는데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기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곧 기존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임봉호의 작업은 단순히 언어유희, 기호와 상징 놀이에 그치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을 견고한 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도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탈주의 가능성을 엿본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업은 정치적이다.그의 대표작 는 기존의 단어를 지우거나 채워 다른 단어로 치환시킴으로써 기록된 단어의 진실성을 밝히는 작업이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배경으로 화투패를 재배치해 815를 518로 뒤집어 읽는 은 핍박과 자유 사이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상징적..